외지인 발걸음 '뚝'…미분양 쌓이는 제주도

입력 2024-04-09 17:50   수정 2024-04-17 15:47


외지인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한때 부동산 시장 호황을 누렸던 제주도에서 최근 빈집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투자심리가 꺾인 상황에서 수도권에 육박하는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분양 물량 누적으로 전국 ‘악성 미분양’ 주택 10가구 중 1가구가 제주도에서 나오고 있어 지역 부동산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 미분양 50%가 ‘악성’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제주도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227가구로 집계됐다. 1월(1089가구)에 비해 138가구 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작년 2월(762가구)과 비교하면 1년 새 61% 증가했다. 지난 2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1867가구다. 제주 지역 인구(67만3600명)는 국내 전체의 1.3%에 불과하지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의 10.3%나 됐다.

전반적인 지방 분양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제주는 악성 물량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평가다. 올 2월 기준 제주도 전체 미분양 주택(2485가구)의 49.4%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었다. 부산(37.0%) 전남(35.0%) 대구(10.9%) 등에 비해 이른바 ‘악성 비율’이 높다.


서울도 전체 미분양 1018가구 중 503가구(49.4%)가 준공 후 물량이다. 하지만 서울은 입주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이 전용면적 40㎡ 이하 초소형(50.3%)에 집중돼 있다. 제주는 전체 준공 후 미분양 중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60~85㎡ 비중이 78.6%에 달한다.

제주의 빈집 문제는 악화할 공산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제주도에서 9개 단지가 신규 분양했는데, 모두 성적이 저조했다. 2월 제주 건입동에서 공급된 ‘제주 중부공원 제일풍경채 센트럴파크’만 총 653가구 모집에 776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 대 1을 넘었다. 나머지 8개 단지는 청약자가 전체 공급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제주 애월읍과 조천읍, 한경면, 서귀포시 대정읍, 안덕면 등 읍·면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있거나(대정읍)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어 외지인의 매수세가 특히 높았던 곳이다.

2020년 12월 준공된 한경면의 한 아파트는 전체 분양물량 99가구 중 48가구(작년 12월 기준)가 비어 있다.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한 애월읍의 한 단지도 41가구 중 25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기도보다 비싼 분양가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며 관광객이 줄자 제주 부동산 시장도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고금리 시대가 펼쳐지며 ‘세컨드하우스’ 수요 및 투자심리도 꺾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외지인의 제주 아파트 거래량은 2021년 1107건에서 2022년 543건, 작년 361건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월 기준 제주도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481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3787만4000원) 다음으로 높았다. 경기도(2092만9000원)보다 비싸고, 수도권 평균(2564만3000원)과 비슷했다. 섬 지역인 만큼 자재 운반 등 물류비용이 비싼 영향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올해 제주도에서 공급된 한 단지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최고 7억9900만원으로 책정됐다. 수도권 핵심 지역인 성남 분당구의 ‘분당 금호어울림 그린파크’(7억7800만원)보다 높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 안정과 금리 인하 등 금융 여건이 받쳐줘야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며 “제주는 아직까지 가격 자체가 높다 보니 쉽사리 수요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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